박현주 / 한국사빅 전무
박현주 전무님, 간단하게 경력을 소개해 주시겠어요?
저는 GE Plastics 에서 오랫동안 근무했지요. GE에 몸 담기 이전에 프랑스의 원자력 회사인 FRAMATOM에서 만3년을 근무했었어요. 제가 처음 GE Plastics에 들어간 때가 27살인데 그 이후 20 여년이 지났으니… 엄청나죠?(웃음). FRAMATOM에서는 많은 프랑스 엔지니어들을 관리하고 도와주는 일을 했어요. 약 3년을 했는데, 나름대로 ‘회의감’이 들었어요. 왠지, 일을 부분적으로 배우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일을 제대로 배우는 새로운 일은 없을까? 하고 찾고 있던 중, 신문에 난 GE Plastics의 HR 채용광고를 보고 지원을 했어요. 면접의 기회를 얻어 면접을 하면서 면접 관들에게 “HR 업무를 기초부터 배워서 HR 전문가가 되고 싶습니다”고 했어요. 면접한 그날, 저는 GE Plastics 로부터 오퍼를 받고, 채용되었어요.사빅으로 전환될 때 갈등이 많으셨을 거 같아요.
정말 갈등이라고 하기보다는 충격, 그 자체이었어요. 27살 초반에 들어와서, 정말 열심히, Challenge 도 받고, 어려운 순간을 잘 극복하면서, 최선을 다해왔어요. 그리고 그 당시에 전 아주 어려운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GE 본사에서 저희 Plastics 사업부분을 다른 회사로 매각하기로 결정을 했다는 거예요. 더 이상 GE와 함께 성장할 수 없다는 거예요. 그 이전부터 ‘ Plastics 사업이 매각된다더라’ 하는 소문들이 있었지만, 전 정말 믿지를 않았어요. 그런데, 그 소문이 사실이라는 것을 들은 순간, 모든 것이 허무했어요. 지난 18년 동안 회사를 위해 숱한 날을 밤을 새면서 일하고, 고민하고, 가족들과 시간도 많이 못하면서 보냈는데… ‘GE맨’ 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혼신의 힘과 열정으로 몰입해 왔던 회사가 어느 순간 자신의 선택이 아닌 타의에 의해 바뀐다는 사실이 큰 충격이 된 것이었지요. 한동안 기력을 잃고, 정체성 혼란을 겪으면서 힘들어 하고 있는데, 외부에서는 다른 회사로의 이직을 권고하면서, 기회들을 많이 만들어 주었어요. 그 당시, 저희 회사를 다니던 많은 임.직원들이 혼란스러워 했지요. 하지만, 혼란스러워하는 직원들을 보면서 저는 조금씩 정신이 들기 시작했어요. 지난 18년을 GE Plastics에서, 더구나 HR부서에서 성장했는데, 회사가 갑자기 닥친 그 어려운 시기에 나의 커리어만 찾아갈 수는 없었어요. 이 힘든 시기에, 내가 진정한 HR 인으로서, 우리 회사와 직원들을 도와주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지난 18년을 일하면서, 배우고, 성장하게 해준 회사에 대한 최소한의 신의였고, 인사 책임자로서의 책임감이라고 느꼈어요. “막상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닥치고 보니, 정말 중요한 것은 나 자신과의 싸움이며, 마음을 다스리는 거였죠”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에서 끝까지 자신을 지켜준 것은 ‘자신감과 믿음’이었지요. 어떠한 상황이 닥치더라도 나의 중심을 가지고 헤쳐가면 못할 것이 무엇인가? 저는 제 자신은 물론이고 직원들을 다독이며 조직을 재정비하기 시작했지요. 지금은 SABIC이 된지도 벌서 3년이 지났어요. SABIC의 무한한 경쟁력을 이해하고 느끼면서, 모든 직원들은 그 어려웠던 시기를 잘 극복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서로를 자랑스러워하고 있어요. 전, 정말 저희 회사, 저희 직원들을 사랑합니다. 우리회사의 모든 사람들, 공장의 한 사람 한 사람 전부요. 지금도 노조와 협상을 하잖아요. 그러면 제가 공장에 가끔 가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굉장히 반갑게 맞이해줘요. 그러니까 우리 사장님이 초창기에는 좀 의아하게 생각하셨어요. 그도 그럴 것이 그 사람들은 저를 27살부터 봐 온 거잖아요. 협상을 할 때 제가 HR 리더지만 회사 입장에서만 대변하는 게 아니고 실제로 시장에서의 위치를 조사하여, 그 자료를 양측에 보여주면서, 회사에게도, 노조에게도, 직원들에게도 나름대로 경쟁력 있게 해주려고 설득하고 노력하는 걸 믿기 때문이죠.80년대 후반에는 노조도 무척 격정적이었을 텐데요.
우리회사 노조도 초창기 때는 삭발도 하고 투쟁도 엄청 심했어요. 근데 노조원들 말로는 제 눈을 보면 욕을 못하겠대요. 제가 술을 체질상 못 하는데, 한 번은 노조와 협상하는데 정말 술이 먹고 싶더라구요. 너무 답답한 느낌 있잖아요. 그날 너무 심란해 하면서 충주에서 버스로 서울로 돌아오는데, 노조 위원장이 전화를 했어요. “오늘 기분 안 좋으시죠?” 하면서 ‘제 마음 안다’고 하면서 위로 전화가 왔더라고요. 그 전화를 받고는 ‘그 동안 내가 헛되이 살지는 않았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렇게 보람을 느끼고 힘입어서 또 일하고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 왔네요.사빅 으로의 전환이 전무님의 커리어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발표가 2007년도에 났어요. 당시 저는 GE를 18년 반을 다니고 있었고, 당시에도 ‘기업혁신전략’ 이라는 큰 일을 하고 있었는데, GE플라스틱을 판다는 소문이 떠도는 거에요. 저는 안 믿었죠. 그러던 중에 컨퍼런스 콜에 들어갔는데, 소문이 사실이라는 걸 알았어요. 우리 중에서 가장 충격을 받은 게 저였어요. 그 일을 계기로 저는 ‘아, 이렇게 사는 게 아니구나. 회사는 단지 내가 소속해 있을 때 나의 모든 것이지만, 내가 옷을 벗으면 결국 나는 혼자구나’라고 깨달았죠. 이 일을 계기로 다시 한번 인생을 돌아보고, 삶의 목표를 재확인하는 모멘텀(momentum)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지요. 그때 아웃사이드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네트워킹의 중요성을 실감했죠. 나와 비슷한 리더들은 어떤 모습으로 사는지도 보기 시작했고, 미래의 커리어도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 이전에는 네트워킹의 중요성과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할 시간도 없이 너무 바쁘게 살았어요. SABIC으로 전환되기 전까진, 주말엔 항상 노트북을 켜놓고, 낮에는 집안일 하면서 일을 하고, 밤에는 늦게까지 일했어요. 그래서 미래의 커리어에 대해도 고민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공부를 해서 MBA 도 마쳤어요. 코칭 공부도 하고, 여러 가지 네트워킹을 통해 항상 배우려는 노력 하고 있어요. 윈(WIN)도 그래서 참여를 하게 되고, 여성 리더로서 책임감도 갖게 됐어요. HR 리더로서 우리 차세대 여성 리더들이 성장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우리 선배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화제를 좀 돌려볼까요? 어떤 엄마가 되고 싶으셨어요?
저는 우리 두 딸들에게 지혜로운 엄마가 되고 싶어요. 제가 코칭 공부를 하면서, 제가 코칭 받을 기회가 있을 때는 항상 의제가 ‘어떻게 하면 지혜로운 엄마가 될 수 있을까?’예요.지혜로운 엄마는 어떤 엄마인가요?
지난해 첫째 딸이 고 3 때까지만 해도 제가 일하는 엄마로서는 정말 열심히 우리 딸들을 위한 유익한 정보도 많이 수집하려고 애쓰고, 애들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첫째가 막상 수능을 쳤는데, 그 해에는 수능시험이 언어, 수학이 너무 어려웠어요. 평소에 저희 큰 딸이 공부도 열심히 하고, 모의고사 성적도 좋고, 공부를 잘해서, 별로 걱정을 안했는데, 첫째시간 언어가 너무 어렵게 나오다 보니, 생각보다 훨씬 긴장을 많이 하게 되면서, 수능을 생각보다 못 봤어요. 그 이후 아이가 상처를 입고 거의 두 달을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 그걸 아파하며 우는 걸 보면서도 제가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었죠. 우리 딸이 어느 날 그런 말을 해요. “엄마, 지난 십 여년 동안 우리 집에 가족행사가 있고 아무리 중요한 일 있어도, 엄마하고 나는 항상 빠지면서 나는 공부하고 엄마는 나 서포트 했는데, 엄마, 이게 뭐야? 우리 그렇게 안 해도 이 정도는 됐을 거 아니야? 그러니까 엄마, 우리 앞으로 그렇게 살지 말자! 그렇게 해서 남는 게 뭐야? 다시 돌아오지 않는 소중한 순간에 정말 우리들이 가족으로서, 친척으로서, 친구로서 해야 될 것들은 꼭 하면서 살아가는 게 맞는 것 같아. 이렇게 후회 없이.” 그 말 듣고 내가 정말 눈물이 나더라고요. 제가 우리 큰 딸에게서 정말 많이 배웠어요.엄마로서 역할을 잘 못하고 있다고 자책하고 있는 엄마들한테 혹시 해 주고 싶은 말씀 있으세요?
일을 한다는 것은 Professional로서 나의 가치를 인정 받는 것이잖아요. 승진하고 돈 많이 벌고 그런 개념이 아니라 내가 가치가 있고 내가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은 행복하잖아요. 이게 결코 잘못된 게 아니에요. 일하는 엄마로서 바쁘기도 하지만, Professional로서 자신의 일을 자신감 있게 해 나가는 엄마로서, 우리 자녀들에게 이러한 좋은 것을 느낄 수 있게 우리가 좀더 노력을 해야 된다는 거죠. 제가 GE Korea Women Network 리더를 했었어요. 정말 열심히 했지요. 꿈 없이 그냥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많은 여직원들에게, 차세대 여성 리더로서 자기의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는 자신감을 주려고 많이 노력했지요. 그리고 지금은 한국 장학협회에서 대학생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3년 동안 멘토로서 열심히 활동을 하고 있어요. 전 제가 일을 하거나, 혹은 일 외적으로도 참여하고 있는 많은 활동들에 대해서, 우리 두 딸들과 자주 이야기를 나누어요. 예를 들어, 대학생들 멘토로서, 대학생들을 만나 나눈 좋은 사례들이 있으면, 집에 가서 애들한테 항상 얘기해요. HR팀끼리 워크샵을 갈 때도 가족과 같이 가서 서로 알게 하죠. 또 제가 일하는 엄마로서 항상 바쁘지만, 제가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제 두 딸들은 엄마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일하는 엄마로서 바쁘게 사는 것에 죄책감이 들어, 아이들에게 부정적으로, 그 죄책감을 느끼게 하면, 이것은 최악이지요. 일하면서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하면. 일하는 워킹 맘들이 꼭 피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일하는 엄마는 더욱 더 현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하느라고 가정에 항상 있는 엄마만큼 자녀들에게 모든 것을 다 해 줄 수는 없지만, 주위에 있는 모든 자원 (Resources)를 동원하여, 도움 받고 활용하여 지혜로운 엄마가 되어야지요. 큰 딸은 엄마는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제일 예쁘대요. 엄마가 회사 관두면 아플 것 같으니까 엄마 그냥 계속 회사 다니라고 해요.(웃음) 우리가 일하는 바쁜 엄마로서 죄책감을 가지고 있으면, 저희 자녀들도 그것을 고스란히 느낄 수밖에 없잖아요. 죄책감이 아니라 자신감, 전문성을 우리 자녀들에게 느끼게 해 주어야겠지요.일과 가정을 보살피다 보면 나의 시간, 휴식 등은 놓치기 쉬운데 이를 위해 특별히 노력한 면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2000년도 초에 제가 HR Director 로 승진을 하고 한 4-5개월을 오직 일에만 집중하니까 너무 지치더라구요. 그런데 제가 즐기는 게 아무 것도 없는 거예요. 그래서 너무 힘들다고 생각되는 어느 날 휴가를 냈죠. 집에 아무 말도 안 하고 코엑스에 조조 영화를 보러 갔어요. 저는 감성이 좀 풍부해서 영화를 보면 제가 주인공이 되거든요.(웃음) 아침에 영화 보러 가서 저에게 스타벅스 4천원짜리 커피 한잔 사주고, 정말 흠뻑 빠져서 영화를 봤어요. 보고 나와서 책방 가서, 편하게 바닥에 앉아서 보고 싶은 책들을 읽고, 한 오후 3시쯤 집에 들어가니깐, 엄마가 오늘은 일찍 왔다고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그게 습관이 돼서 토요일마다 영화를 보러 갔어요. 매주 토요일마다 혼자 영화를 보러 가는 와이프가 안되보였는지, 어느 순간부터 남편도 함께 따라와서 같이 보게 됐어요. 그래서 우리 남편하고 한동안 영화 많이 봤죠. 무엇보다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갖는다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죠. 아무리 피곤해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 어느새 싹 풀리는 것이 그 묘약이었죠.지금의 리더, 임원이 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경력이나 성향이 있다면요?
저는 무언가를 했을 때 집중을 잘 하고, 열정이 굉장히 많아요. 그리고 똑 같은 것을 하기를 싫어해요. 예를 들어 HR 프로그램을 실행할 때도 매번 똑같이 하지 않아요. 뭔가 좀 다르게 개발해서 차별화해요. 그런 과정이 저에게 주는 만족감과 자신감이 참 큰 것 같아요. 그러니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즐기면서, 힘들다고 느끼지 않고 집중해서 만들어 낼 수 있는 끈기와 열정이 지금의 제가 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베이스가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물론 초창기 때부터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요. 제가 리더로 조금씩 성장해 오면서, 좋은 실무 경험을 하고 전문성을 쌓고, 또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고, GE에 있는 좋은 자원들을 활용하면서 커스터마이즈하고 만들어내는 것들이 다 성공을 했어요. 성공하면서 생기는 자신감이 중요한 힘이 되는 것 같아요. 또 저는 친화력이 있는 편이에요. 어느 수준에서의 사람들과도 잘 어울려요. HR 전문가로서 그렇게 해야 되는 것이 기본이기도 하겠지만요. 저는 인간관계에 있어서, 많은 사람들과 그룹으로 인간관계를 형성 하는것보다는 개개인의 스토리를 갖고, ‘퍼스널 커넥션(Personal Connection)’을 만들어 가지요. 예를 들어 네트워킹을 할 때 그룹 전체로 해야 되는 것도 있지만 개개인간에 관계를 가지게 되면 좀 더 깊이가 있어지거든요. 제가 HR 리더로서 다른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있어요. 그럴 때 진정성을 갖고 진심으로 다가가서 그 사람이 필요로 하는 것을 도와줘요. 그렇게 하면, 그 사람들은 꼭 제가 힘들 때나, 도움이 필요로 할 때, 언제든지 먼저 저의 손을 잡아 주시더라구요. 이런 신뢰 관계가 제가 사람들과 관계를 지속하는 방법이에요.많은 사람들에 대해 연구하셨을 텐데, 그런 사람들 중에 이사님의 롤 모델을 찾으셨나요?
저는 꼭 어느 한 사람을 ‘나의 롤 모델’ 이라고 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모든 사람은 좋은 점을 다 갖고 있기 때문이죠. 이 사람은 이런 점에서 장점을, 또 이 사람은 저런 면에서 능력을 갖고 있어요. 그런 좋은 점들을 하나씩 하나씩 제 것으로 하기 위해서 노력을 하죠. 제가 스스로 나의 이상형인 ‘롤 모델은 만들어나가는 것’이라 생각해요.인사를 한다고 해서 다 리더가 되는 게 아니잖아요? 전문성과 다양성에 있어서 핵심적인 요소들이 있을 것 같은데요?
저는 남이 하는 것을 그냥 따라 하지 않아요. 그리고 내가 한 것도, 다른 해에 똑같이 하기를 싫어해요. 환경과 조직의 상황에 맞는 무언가 새로운 것을 개발하고, 그것이 살아있게끔 하는 것을 가장 좋아하죠. 전, 스스로 창의력이 강하다고 자부해요. 그리고 무언가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거기에 몰입해서 만들어내는 열정이 강해요. 이러한 두가지 요소가 저를 리더의 자리에 올 수 있게 한 힘이 되었던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어떤 모임이나 세미나에서 좋은 강연을 들었다고 하면 그냥 안 넘어가요. 그걸 바탕으로 살과 피를 섞죠. 그래서, 새로운 나의 것으로 창조해요 . 다른 사람이 그냥 넘길 것을 저는 관심 있게 보죠. 그것이 나의 전문성을 차별화 하는 방법인 것 같아요. 그리고, 다른 핵심적인 것이 있다면, 모든 일에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것이지요. 많은 사람들이 ‘전략(Strategic)’이라는 단어가 굉장히 수준이 높고 어렵게 느껴져서 내가 감히 그럴 수가 있을까? 하고 겁을 먹어요. 그런데 그걸 쉽게 풀어서 보면, 내가 뭔가를 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하면 될까? 를 미리 생각하고, 계획을 짜서 효과적으로 달성하는 방법을 생각하는 거죠. 저는 항상 일을 할 때는 전략적으로 접근하기 위하여 노력해요. 단, 진정성을 갖고 말이죠. 진정성이 중요합니다. 만일, 진정성이 없이 전략적으로만 접근하게 된다면, 그 효과가 30~40%는 삭감 된다고 생각해요.혹시 상사와 갈등이 있어본 적이 있으셨어요? 있었다면 어떻게 해결해나가셨는지요?
새로운 사장님이 다른 비즈니스에서 처음 부임해 왔을 때인데, 오시는 순간부터 직전에 근무하던 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하시는 거에요. 모든 것이 전 회사와의 비교였어요. 객관적으로 보아서, 저희 회사의 인사 시스템과 조직문화, HR Practices가 현저하게 조직화되어 있고, 선진화되어 있는데, 모든 것을 전 회사 기준으로 말씀하시니깐, 정말 힘들었어요. 그 분이 경험했던 최대치가 그것이었기 때문에 예전 것을 좇고 있는 것이죠. 누구나 새로운 조직에 오게 되면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고 잘 모르니깐 익숙한 것이 더 좋아 보이잖아요. 그리고 사장님으로서 첫 부임이시라 모든 것에 기대수준이 무척 높으셨어요. 그리고 비즈니스 파트너로서의 HR의 진가를 그때까진 잘 모르시던 분이었어요. 그런 분이 사장님으로 오셨는데, 그 때 정말 내가 이분과 일을 계속 해야 하나? 라고 고민을 많이 했어요. 내방에서 꼭 10일을 꼼짝 않고 고민했어요. 이직을 할까? 아니면 여기서 계속 일을 해야 하나?라고요. 그때 생각 한 것이, 내가 지금 이 순간에 이직을 결정하고, 이직을 하게 된다면, 힘든 상황에서 도피하는 리더밖에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모습이 아니었어요. 그때, 결국 내린 결론이 ‘다시 해 보자!’였어요. ‘無’에서 다시 시작했죠. 새로운 마음으로 모든 것을 다시 시작했어요. 그렇게 해서 다음 해 1월 아시아 태평양 HQ 와 조직을 검토하고 계획하는 자리에서 전체의 평가가 끝난 후 사장님이 “정말 고맙다”고 하시면서 “HR이 이렇게 훌륭한 비즈니스 파트너인 줄 몰랐다” 면서 악수를 청하시는데, 그때 정말 눈물이 나더라고요. 내가 ‘無에서 有를 만들었구나’ 생각했어요. 그 이후부터는 사장님이 항상 내가 하려는 새로운 시도에 조언도 해주시고, 훌륭한 지원자가 되어 주셨어요. 현재 상사와 갈등을 빚고 있는 멘티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상사와의 갈등이 있을 때, 단지 상사 개인을 보는 것이 아니라 회사 전체의 비전과 방향을 보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개인은 얼마든지 옮길 수도 있고 바뀔 수도 있어요. 그런데 그 어떤 사람 때문에 내가 그 순간을 극복 못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에요. 오히려 그 상사를 더 잘 서포트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이 적극적인 해결 방법이죠.커리어와 관련해 젊은 리더를 꿈꾸는 여성들에게 조언할 것이 있다면?
제가 한 30대 후반 되는 여성 리더들한테 해 줄 말이 있어요. 얼마 전에 대기업 R&D 쪽 보니까 1만 6천명 중에 여성 차장이 3-4명밖에 없대요. 우리 직원 중 한 사람이 자기 부인이 그 중 한 명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일산에 살아서 여의도에 출근하는데, 6시 반에 차를 탄대요. 5시에 일어나서 6시 반 차 타고 출근하고 집에 밤 9시에 온다는 거에요. 내가 “왜 그렇게 사냐”고 했어요. 자녀가 5살과 초등생 2학년인데, 한 명은 친정 집에 한 명은 언니한테 맡기고 주5일을 그렇게 사는 거예요. 그러면, 거기에 개인의 경력개발에 비전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부장까지도 올라가기가 쉽지 않다고 하더라구요. 승진에 항상 여성은 없다는 거에요. 그 친구가 12년을 근무했대요. 그러면 거기 계속 있어야 할까요? 대기업에 들어갈 때 물론 어려웠겠죠. 하지만 그것이 다음 커리어까지 성공적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봐요. 30대 중반 이후에는 본인의 경력개발에 비전이 있는 조직에서 일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기본적으로 가족과 생활을 할 수 없는 회사라면, 더군다나 승진에 비전이 없다면 과감하게 이직을 선택하라는 말씀인가요?
커리어개발에 대한 비전도 없는 그런 상황에서 아이를 돌보지도 못하고 그렇게 쳇바퀴 돌듯이 대책도 없이 그냥 직장생활을 하는 것은 좋은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내가 만약에 그런 상황이라면 저는 과감하게 움직일 거예요. 그런데 그 친구들은 아직 그걸 못 느끼잖아요. 가족을 돌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자기 커리어비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저는 커리어 비전이 없는 회사에서 이직하라고 강조하는 것이 아니고, 좀더 미래에 대하여 준비된 여성리더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하는 충고예요. 전, 결혼한 우리 회사 여직원들에게 항상 이렇게 말해요. “애도 떼어 놓고 나와서 일하는데, 일 잘해서 인정받아야지. 일 제대로 못한다는 말 듣고 살지는 말아야지!” 왜냐면 그렇게 일을 하면서 제대로 인정 못 받으면 화 나잖아요. 저는 아마 그런 것 때문에 더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리더가 되면 나이 많은 남성들 내지는 동료 남성들과의 관계에서 리더십을 발휘해야 되잖아요. 어떻게 하시나요?
조직에서의 관계는 가족과 달리 피를 나눈 것도 아니고, 애인 관계처럼 속속들이 사랑하는 관계도 아니에요. 그러나 우리는 모두 일만 하는 기계가 아니고 감정을 가진 사람이기에 조직에서 일을 하면서도 인간애가 그립죠. 일만 하더라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빈 곳을 채워 줄 누군가가 필요한 거죠. 상사와 부하가 아니라, 단지 동료가 아니라, 마음을 열고 인간 대 인간으로 가까이 다가갈 때 서로 관계가 열리고 서로에 대한 신뢰가 생기기 시작한다고 생각해요. 항상 세련되고 완벽한 모습으로만 보여주기 보다는 때로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솔직함이 사람들과의 관계에 훨씬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 올 수 있다고 확신하지요. 앞에서도 이야기 했듯이, 저는 사람과의 관계형성에서 맨투맨으로 커넥션을 만들지요. 그 대상이 동료 남성들과의 관계형성에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봐요. 모든 사람과 특별한 관계가 될 수는 없지요. 또 처음부터 특별한 관계로 시작할 수는 없어요. 일을 하다 보면 나의 경험이나 나의 지식을 전해 주고, 지원해 주고 싶은 사람이 생기지요. 그들과 함께 마음과 도움을 나누게 된다면 그들이 바로 나의 소중한 사람들이 되는 것이지요. 그 사람과 나만의 커넥션을 만드는 것이 필요해요. 커넥션이란 둘만의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죠. 가까이 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또한 내 사람으로 만들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멀리서 웃고 있지만 말고 다가가 그 사람과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어야 해요. 특히 HR 책임자로서 다른 사람들을 도와줄 기회들이 많이 생겨서, 그런 기회가 있을 때 마다 진정성을 갖고 최선을 다하게 되면 다른 한사람, 한사람 들과의 스토리들이 쌓아가게 되지요. 이러한 스토리들이 내가 진정으로 도움이 필요 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해주곤 한답니다. 동료 남성 임원 분들과도 각각의 스토리를 통해서 더욱더 서로를 이해하고 도움을 주고, 받고 합니다.노조와의 관계를 잘 풀어내신 경험이 있으시죠? 원만히 해결한 방법은 무엇이었나요?
노조와의 관계어서는 정말 전략적인 접근이 중요하죠. 예를 들어 노조가 원하는 것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게 아니죠. 시장조사를 토대로, 내가 운신할 수 있는 여지(room)을 가져야 되잖아요. 그게 없으면 나의 ‘가치’가 없어지는 거예요. 어떤 때는 예상 승인 받은 것보다 더 적게 해서 그것에 대해서 성과를 만들 수도 있고, 어떤 때는 노조와의 관계에 있어서 더 내 주어야 하는 상황이 있을 수도 있어요. 그럴 때 내가 그것을 결정할 수 있는 재량을 가지고 그러한 재량을 가질 수 있는 전략적인 준비가 있어야만 돼요. 또한, 노조가 회사의 비즈니스 상황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많이 만들어 주고, 소통을 하되, 그 토대는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하는 거죠. 하지만 노조와의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노.사에 대한 많은 이해가 필요한 거지요. 그래서 비로소 윈 윈 파트너쉽이 형성이 될 수 있었어요.어떤 리더라고 생각을 하세요?
저는 진정성과 열정을 가진 리더로서 추진력도 있고요. 단호할 때는 굉장히 단호해요.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저는 일을 할 때 ‘전략적으로 접근’해요. 뭔가를 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하면 될까를 미리 생각하고, 계획을 짜서 효과적으로 달성하는 방법을 생각하는 거죠. 내가 뭔가를 할 때 계획이 없으면 두서없이 막 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실패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내재될 수 있는데, 계획적으로 하면 훨씬 더 성공할 수 있게 되는 거죠. 리더에게 ‘전략적인 접근’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포인트에요.리더십의 덕목은 어떤 면이라고 생각하세요?
저는 리더로서 갖추어야 할 리더십 중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포용력 (Inclusiveness) 과 영향력 (Positive Influence) 이라고 생각합니다. 포용력은 무한히 감싸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고. 도전과 당근과 채찍을 같이 주면서 성장하게 이끌어주는 것이죠. 예를 들어 내가 어떤 리더와 같이 일을 했느냐에 따라 그 리더 밑에서 일하는 부하직원들의 성장하는 속도가 굉장히 달라요. 잘한다, 잘한다 하는 경우에 물론 잘하는 사람은 그렇게 할 수 있지만, 정말 필요한 건 그 사람한테 도전할 기회를 주고, 그 도전을 통해 성장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죠. 또한 리더는 자기가 속해 있는 조직과 직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줄 수 있어야 해요. 리더의 존재감을 긍정적인 영향력으로 느낄 수 있어야 하죠. 리더와 리더가 아닌 사람의 차이는 그 리더가 포용력과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여성 매니저들의 고민은 임원이 되고 싶은데, 임원의 자리는 한정이 되어 있다는 것이죠. 어떻게 생각하세요?
자신의 기대치와 현재의 역량을 객관적으로 측정해 봐야죠. 그것을 스스로 하지는 못하잖아요. 멘토나 다른 사람들의 피드백을 통해서 알아봐야죠. 기회가 오기 전까지는 내가 임원으로서의 준비가 되었는지, 임원이 되기 전까지 어떠한 역량을 향상시켜야 하는지를 잘 알아서, 자신을 개발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대기업에서나 큰 조직에서 임원이 되는 것만이 최고의 길은 아니라고 봐요. 나의 존재를 더 가치 있게 할 수 있는 곳을 찾아서, 그걸 현실로 만드는 것이 중요한 거죠. 나의 가치관과 역량이 그 회사에서 추구하는 가치관과 맞고 나의 행동이 내 커리어의 비전과 맞는 조직에 들어가서 자기의 장점을 부각시키면서 영향력을 갖는 그런 포지션에 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아요. 회사의 인원수와 규모가 더 중요한 것 같지 않아요. 더 작아도 괜찮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