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아 / 한국 IBM 상무
삶의 롤 모델이 있으신가요? 어떠한 점에서?
부모님이요. 제 인생의 큰 스승 같아요. ‘다른 사람을 많이 탓하지 말고 네가 뭐가 부족한지를 항상 생각해 보고 너를 돌아봐라’ 이런 얘기를 항상 하세요. 늘 새로운 것을 배우시는 것을 즐거워하고 몸소 실천하시는 것도 부지런하시구요. 그래서 아마 저도 호기심도 많고, 배우는 것도 좋아하고, 항상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것 같아요.그 동안 걸어오신 커리어 패스를 간략하게 설명해 주시겠어요?
저는 영어영문학을 전공했어요. 영어가 좋아서 영문학을 택했고 대학시절에는 영어연극도 하고 세익스피어의 작품을 좋아하는 문학소녀였지요. 4학년 때가 되니 취업을 고민하고 있는데, 학과장 교수님이 지인이 운영하는 가방제조수출업체를 소개시켜 주셨어요. 약 1년 6개월 정도 그 회사에서 일을 했었지요. 사회생활에서 배워야 했던 일은 거기서 다 배운 것 같아요. 5~6명 있는 회사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영업부터 홍보, 마케팅, 생산, 인사, 경리, 원가계산과 가격협상 등 안 해 본일이 없었어요. 회사를 다니다 보니 나는 60살까지 일하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 회사는 아니다 싶어 과감하게 그만뒀어요.임원이 되는데 영향을 준 경력이나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인사관리자가 되는 과정에서 윗 분이 잘 봤다고 했는데 그것에 대한 주요 포인트가 있을 것 같아요.
제가 그 동안 일해 왔던 영업지원부서에서의 10년 경력과 내부감사와 가격정책실에서의 10년 경력이 현재 임원의 자리에 오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중요한 점은 무엇보다 주어진 업무를 잘 수행해서 결과를 잘 낸 것이 아닌가 생각해요. 기본적인 자기 업무는 물론이고 윗 분이 회사 차원에서 중요한 일을 하나 맡았다 해서 추가로 시키면, 저는 윗 사람이 시키면 다 하는 건 줄 알고 남들이 보기에 중요하던 안 중요하던 굉장히 열심히 했어요. 그래서 나온 여러 가지 성과물이 회사에 도움이 많이 되었고, ‘쟤가 일을 되게 잘한다’ 이렇게 얘기가 되다 보니까 부서이동 시에도 발탁이 된 것 같아요. 그 동안 제가 자리를 여기 저기 움직이면서 그 직분에 자기가 해야 하는 임무의 거의 100% 이상을 다 했던 것이 주요한 포인트인 것 같습니다.그러면 임원이 되는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커리어라고 한다면 다양한 부서의 경력과 인사관리 쪽을 다 맡았던 그 경험이 가장 중요한 요소인 건가요?
생각해보니 제가 남들과 차별화된 커리어는 남들이 전혀 겪을 수 없는 프로젝트들을 잘 완수한 것과 여성 관리자가 거의 없던 1997년부터 인사관리를 한 경력인 것 같아요.그러한 프로젝트를 한 단계, 한 단계 맡을 때마다 생각했던 가치는 무엇이었나요?
같은 일을 계속하면 편안해지잖아요? 이런 ‘편안한 지대’에 딱 들어가면 저는 약간 싫증이 나기 시작해요. 그리고 나한테 ‘배움’이라는 것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좀 더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다’ 이런 자극이 생겨요. 그리고 윗분이 무슨 일을 주면 거절을 안 했던 것 같아요. ‘하면 되지 뭐, 못할 일이 어디 있어? 그리고 나의 일 너의 일이 어디 있나, 회사가 월급을 주는데 주는 일이면 다 해야 되고 하면 뭔가 배움이 있으니 좋지 않을까?’ 하는 사고방식이 있어요. 아마 이러한 생각, 가치가 그 동안 프로젝트를 수행하는데 밑바탕이 되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일을 잘 해냈을 때는 윗사람이 칭찬하고, 상도 받게 되니까 힘들다는 것을 알아도 열심히 했고, 개인적으로는 성취감, 뿌듯함 그리고 행복하다는 느낌? 이러한 것도 얻었어요.업무성격이 다른 부서로의 이동이 괜챦으셨는지, 어떻게 승진의 기회를 갖게 되신 건지?
전혀 다른 세상이죠. 알아야 하는 업무의 내용도 사람들도 알아야 되니까요. 부서를 옮길 때마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불편함, 어려움이라 생각하고 있는데 이러한 것 때문에 사람들이 부서를 옮겨 다니는 것을 꺼려하는지도 모르겠네요. 다른 부서로 옮기면 제일 먼저 하는 것이 업무파악 이예요. 짧게는 3개월 그리고 복잡한 부서 같은 경우는 6개월 안에 업무파악이 안되면 실패한다고 생각해요. 업무파악 안에는 사람파악도 포함됩니다.공부를 한 것이 도움이 되었나요?
사실은 다른 경영학과 나온 사람들과 비교해봤을 때 스킬을 더 많이 배운 건 아닌 것 같은데, 제 스스로 자신감이 생긴 것 같고요. 우먼 카운셀을 하면서는 회사의 다른 부서에서 뽑혀온 여성직원들이 있잖아요. 그 분들 25명과 함께 하면서 다른 부서하고의 회의 주재라든가 전체적인 운영 같은 것을 배웠던 것 같아요.우먼 카운셀이요?
우리 회사의 Women Council이라는 여성위원회가 있습니다. 회장직은 2년 보직으로 하는 거거든요. 1999년도인가 회사의 Diversity 전략의 일환으로 생긴 위원회인데, 주로 부서를 대표해서 멤버로 활약은 했었지만 회장직은 저와 거리가 멀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늘 회장직을 맡았던 분들은 적극적으로 회사 생활을 하는 실장 급의 분들이 뽑혀서 2년쯤 되면 임원도 되고 그러는 거예요. 뭔가 커리어에 반드시 거쳐가야 되는 자리 같기도 하고 타 부서직원들을 이끄는 리더십도 길러질 것 같기도 하고, 또 다양한 행사도 주관하고 재미 있어 보였어요. 그래서 가격정책 실장을 할 때 ‘내가 우먼 카운셀 회장을 해야 되겠다’ 싶은 거예요.그런 것에 대한 어떤 방향이 있었나요? 우먼 카운셀 도전하면서 내가 어떠한 것이 되겠다, 임원에 대한 그런 것들을 딱 그리고 하셨나요?
내부 감사팀을 맡아 일할 때까지 앞만 보고 달렸어요. 전반적으로 근성이 있어서 그런지 일을 물고 끈덕지게 했어요. 완벽하게 될 때까지. 토니사장님이 계셨는데 저보고 픽불같다고 하시더라구. 사냥개의 일종인데 아마 물면 안 놓는가봐요.(^^) 아무튼 같은 부서를 오래 관리하다가 주위를 둘러보니까 ‘나만큼 성과를 내고 기여를 한 사람은 저만큼 인정을 받네? 그런데 나는 이만큼 했는데 뭔가 돼야 되는 거 아닐까? 부족한 것이 무엇일까?’ 생각한 거죠. 왜냐하면 여성직원으로 입사가 거의 17년~18년 되었으니, 부서에서 점점 제일 오래 근무한 직원이 되어가고 특히 여성직원으로서 롤 모델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일종의 의무감 같은 것도 생겼어요. 제가 잘나서 롤모델을 하고 싶다는 것이 아니라 후배들이 점점 알아보니까 아 저렇게 해야 저 정도 가겠구나 하면서 지켜보는 것 같아서 점점 한자리에 그냥 안주할 수가 없는 거예요.만약에 지금 많은 IBM의 여성 매니저들, 아직까지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 라고 방향을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여성 매니저들이 있다면, 어떤 조언을 해 주고 싶으세요?
직장생활을 어차피 할 거면 내가 성심 성의껏 일을 잘하고, 그것을 100% 인정받으면 그게 그대로 ‘가치’로 오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그것이 결코 불행한 건 아닌 것 같아요. 어쨌거나 사람은 자기가 행복하기 위해서 사는 거잖아요. 가정도 잘 돌보고, 회사 생활도 잘하고, 승진도 하고, 남들로부터 평가도 잘 받고, 또 자신이 가진 경험도 나누고 하면서 생활한다고 스트레스가 많아서 행복하지 않다 이렇게 말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가끔 유능한 여직원들이 직장이 무슨 소용이야 내 아이들만 잘 키우면 되는 거지 회사에는 욕심 없어요 하면서 스스로 한계를 짓는 경우를 봐요. 일도 잘해야 하고 아이도 잘 키워야 되는데 2가지를 한꺼번에 잘 할 수는 없을 것 같고 그래서 기회도 포기하고 거절하고 그러는 것을 많이 봅니다. 이럴 때마다 저는 가정과 일, 두 가지 다 잘 할 수 있다고 늘 강조합니다. 단지 시간관리의 문제이고 어떠한 것이 지금 중요한 것인가를 생각하는 자신의 잣대의 문제죠. 일과 가정의 양립, 중요하고 긴급한 것이 있을 때마다 나의 시간을 쪼개서 할애하는 것, 이 노하우를 잘 터득하면 다 할 수 있어요.전체적으로 길게 보고 그 과정들을 견뎌내라고 하는 거죠?
예를 들자면 여직원들 보면 애 키우고 이러느라고 회사 일을 슬슬 하는 사람들이 눈에 뜰 때가 있어요. 그런데 왜 그렇게 행동을 하는 것이지 생각해보면 슬슬 일을 해야 좀 중요한 일에서 빠지고, 야근도 안하고 애하고 시간을 더 보내고 잘 키우겠으니까 회사 와서는 슬슬 뒤로 빼는 것 같아요. 이러한 것이 보신주의처럼 지내는 거죠. 회사 와서 저렇게 앉아 있을 때 일도 없고 그러면 있으면서 불편하지 않을까? 그 다음에 집에 가서는 애한테는 떳떳하고 행복하다는 느낌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힘들어도 열심히 일을 하고 내가 회사 일에 바쁘면, 애는 애대로 또 잘 지내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양쪽을 오히려 더 열심히 지내면서 시간을 관리하면 만족감도 있고 행복함을 느낀다는 거예요. 행복의 기준이 슬슬 가만히 있으면서 보신주의를 했다고 더 행복하고, 내가 바빠서 불행한 것은 아닌 것 같다는 거죠. 전체적으로 길게 보고 일과 가정의 우선순위에 따라 시간관리 잘하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행복하시죠? 왜 행복하죠?
그냥 내 자신이 뭔가 이뤄내고 계속 뭔가 잘 할 수 있다고 생각 하는 게 행복합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도 더 계속 무언가 더 잘 할 수 있고 못할 게 없고 두려운 게 없고 다 뭐든지 하면 할 수 있는 거구나 라는 것을 깨닫는 거 자체가 굉장히 행복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그런 거를 안 해 보면 계속 두렵잖아요. 그리고 못할 것 같고 막 이러잖아요. 그런데 저는 지금도 뭐든지, 사람 사는 거는 자기 마음먹기 달렸고, 마음 먹어서 시작하면 시작이 반이고, 시작을 반 하고 나면 다 이룰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행복하죠.“혼자 꾸면 꿈이지만 함께 꾸면 현실이 된다.”
마지막으로 WIN((사)위민인이노베이션)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어요. 인생의 터닝포인트는 좋은 사람을 잘 만나서 정확한 시점에 조언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쭉 살아오면서 선택을 했던 내용들을 보면, 진정으로 나를 생각해 주는 가족들, 친구, 사회의 선배 그리고 후배들의 조언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꼭 멘토라고 불리지 않아도 여러분 주변에는 도와주는 분들이 많아요. 특히 WIN에는 직장생활을 먼저 시작했던 선배들이 남성문화, 육아문제, 경력관리 같은 기업 안에서 여성이 겪을 수 있는 모든 문제를 앞서서 겪었던 분들이에요. 여러 상황에서 슬기롭고 바람직하게 극복한 노하우가 많지요. 같은 문제에 맞부딪치는 후배들을 잘 도와서 사회에 보탬과 밑받침이 되고자 자발적으로 나선 분들의 모임입니다.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세요.